대전 택시회사 ‘전액관리제’ 한 곳도 시행 안 해(경향신문 2014-03-05 21:43:41)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ㆍ택시 노동자 “위반업체 처벌” 15일째 철야농성

“법을 지키자는 것뿐인데 운전을 못하게 한다는게 말이 되나요.”

올해 11년차 택시기사 윤순분씨(50)는 지난해 11월 회사로부터 승무 정지를 통보받았다. 사업주가 바뀌면서 사납금 입금을 내용으로 하는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윤씨가 근로계약서 서명을 거부한 이유는 간단했다. “법을 지키자”는 것이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택시회사가 운수종사자의 운송수입금 전액을 받도록 하는 이른바 ‘전액관리제’를 명문화하고 있다.

이 법에 의하면 종사자에게 일정 금액의 사납금을 정해 입금토록 하는 사납금제는 명백한 불법이다. 이 법을 위반할 경우 사업주에게는 500만원 이하, 근로자에게는 5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다.

하지만 1997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 이후 이 조항은 제대로 시행된 적이 없는 사문화된 법으로 남아 있다. 대전의 경우 76곳의 택시회사 중 이 법을 지키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그사이 이들에 대한 행정처분도 제대로 내려지지 않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 택시지부 대전지회는 지난해 12월 대전시에 이들 업체 전체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대전시는 진정 내용을 각 구청에 이관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윤씨를 비롯한 대전지회 조합원들은 지난달 18일 전액관리제 위반 사업장 처벌을 요구하며 대전시청 앞에서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5일로 농성 15일째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전액관리제 시행과 위반 사업장 처벌을 주장하며 매일 아침 시청사 앞에서 투쟁을 벌이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이 투쟁은 다음달이면 1년째를 맞는다.

윤씨는 “사업주들은 온갖 편법으로 노동자들을 노예처럼 부리고 법을 지키려 하면 오히려 징계를 받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반복돼온 것”이라며 “법은 있는데 지켜지지는 않으니 법대로 해달라고 싸우고 있는 것인데 관리·감독해야 할 관청은 여전히 나몰라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는 일단 전액관리제 시행을 유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박완수 대전시 택시행정계장은 “진정된 민원은 구청에서 처리 중에 있지만 양벌규정으로 사업주와 근로자를 함께 처벌해야 하기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전액관리제는 올해 택시산업발전법이 공표된 만큼 장기적으로 시행이 불가피하며, 시에서도 일단 월급제 시행과 일용직 감소부터 시작해 전액관리제 시행을 단계적으로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